웹소설 · 8클래스 마법사는 연기기 외문제자가 되었다
7화. 독은 숨보다 먼저 돈다
두 번째 비무에서 유설하는 마연의 보이지 않는 독과 부적술을 상대한다. 마연은 독침 없이도 숨, 향, 관중의 열기, 낙운대 아래 열린 틈을 이용해 두 번째 문고리를 움직이려 하고, 선우혁은 그 독이 사람보다 방향을 먼저 타는 술식임을 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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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연이 비무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동안, 낙운대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첫 판이 끝난 뒤 관중들은 아직 떠들고 있었다. 조문기의 승리가 진짜 승리였는지, 권철의 발끝이 정말 선 밖으로 나갔는지, 청허문이 비겁한지 영리한지.
입들은 바빴다.
돌은 조용했다.
선우혁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돌이 조용할 때는 대개 아래에서 뭔가가 움직인다.
그는 손목을 눌렀다. 네 번째 별점이 차갑게 반응했다. 뜨거운 통증이 아니었다. 마치 낡은 문고리에 손가락을 얹은 느낌이었다.
마연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청허문은 첫 판을 아주 재미있게 가져가셨습니다.”
선우혁은 중얼거렸다.
“재미있으면 돈을 내야지.”
당소미가 옆에서 말했다.
“네 손목 치료비부터 내.”
“전 아직 환자가 아닙니다.”
“환자는 늘 그렇게 말해.”
유설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바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건드렸다.
선우혁은 그 바람을 보았다.
바람이 마연 쪽에서 오지 않았다.
그런데 냄새는 이미 오고 있었다.
독에는 냄새가 없다.
그 말은 반만 맞다.
좋은 독에는 냄새가 없다.
나쁜 독에는 냄새가 있다.
그리고 정말 귀찮은 독에는 냄새가 있는 척하는 냄새가 있다.
선우혁은 마연의 소매를 보았다. 깨끗했다. 독침집은 없었다. 무기 검수 때 빼앗긴 독침도 없었다.
그런데 그의 손끝은 너무 깨끗했다.
사람이 무언가를 숨기면, 더러운 부분보다 깨끗한 부분이 먼저 보인다.
“당소미.”
“왜.”
“저 사람 손이 너무 예쁩니다.”
당소미가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아니요. 그래서 말하는 겁니다. 약사 손은 예쁘면 안 됩니다.”
당소미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녀도 보았다.
마연의 손톱 아래에 아무것도 없었다. 약가루도, 침 자국도, 염색 흔적도 없었다.
독을 다루는 사람이 지나치게 깨끗한 손을 유지한다.
그것은 손으로 독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유설하가 비무장 중앙으로 걸었다.
남궁린은 이를 악물고 그녀의 등을 보았다.
“검을 뽑으면 내가 더 빠르다.”
유설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독을 피하면 내가 더 오래 선다.”
남궁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라 더 기분이 나빴다.
마연은 유설하를 향해 다시 예를 올렸다.
“유 소저께서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거짓말.”
유설하의 대답은 짧았다.
마연이 웃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의 미소가 아주 조금 깊어졌다.
선우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연은 남궁린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남궁린은 정면으로 파고드는 검수다. 독을 심을 시간이 짧다.
유설하는 다르다.
차갑고, 정확하고, 관찰한다.
관찰하는 사람은 숨을 오래 붙잡는다. 대신 숨을 다시 쉴 때 더 깊게 들이마신다.
마연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일 가능성이 컸다.
목 장로가 비무 시작을 알리려 손을 들었다.
그 전에 선우혁이 말했다.
“설하 사저.”
유설하가 눈만 돌렸다.
“셋에 한 번 숨 쉬세요.”
관중석이 술렁였다.
비무 직전 조언은 허용된다. 다만 대부분은 용기 내라, 조심해라, 죽지 마라 정도다.
셋에 한 번 숨 쉬라는 말은 이상했다.
유설하는 잠시 선우혁을 보았다.
“왜?”
“저쪽 독이 사람보다 박자를 먼저 물 겁니다.”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그게 선우혁에게는 더 무서웠다.
믿는다는 뜻이었으니까.
목 장로의 손이 내려갔다.
두 번째 비무가 시작되었다.
마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유설하도 움직이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누군가 웃었다.
“또 청허문이 도망칠 준비하나?”
그 말이 끝나기 전, 유설하의 검집이 낮게 울렸다.
검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하지만 푸른 기운이 검집의 틈에서 실처럼 새어 나왔다.
마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검을 뽑지 않으십니까?”
“당신도 독침을 안 꺼냈다.”
“독침은 빼앗겼지요.”
“그러면 그걸로 끝이어야지.”
유설하가 한 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발끝이 돌을 밟는 순간, 선우혁은 푸른 안전선이 아주 작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아니.
안전선이 흔들린 것이 아니었다.
안전선 위의 먼지가 흔들렸다.
마연의 독은 바람을 타지 않았다.
먼지를 탔다.
낙운대는 오래된 비무장이다. 돌 틈마다 말라붙은 피, 흙, 영기 찌꺼기, 부서진 부적 조각이 있다.
독이 숨보다 먼저 도는 이유.
그것은 공기가 아니라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아.”
선우혁이 싫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거 발 냄새 계열이네.”
당소미가 팔꿈치로 그를 찍었다.
아팠다.
유설하는 첫 번째 숨을 참았다.
마연은 움직이지 않고 소매를 아주 천천히 흔들었다.
소매 안쪽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무기 검수 때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부적이 천과 같은 색이었고, 술식이 꺼져 있었다.
평범한 비단.
움직이면 독부.
마연은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푸른빛도 붉은빛도 없었다.
그저 관중석의 열기가 살짝 뒤틀렸다.
유설하가 두 번째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독이 닿았다.
선우혁은 이를 악물었다.
“한 박자 빠르다.”
당소미가 물었다.
“해독제?”
“지금 주면 실격 시비 붙습니다.”
“그럼?”
“숨 쉬는 방향을 바꿔야죠.”
“그게 말이 돼?”
“마법사는 원래 말 안 되는 일을 정리해서 비용 청구하는 직업입니다.”
“여긴 선협이야.”
“그래서 비용을 영석으로 받습니다.”
당소미는 욕을 하려다 참았다.
비무장 위의 유설하가 세 번째 박자에 숨을 쉬었다.
짧고 얕게.
마연의 미소가 멈췄다.
그는 방금 자신의 첫 독이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연은 처음으로 발을 움직였다.
그의 보법은 권철과 달랐다.
권철의 발은 무겁고 소리가 컸다. 누르는 보법이었다.
마연의 발은 가벼웠다. 거의 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선우혁은 오히려 그쪽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발은 땅을 때린다.
가벼운 발은 땅에게 부탁한다.
돌 틈의 먼지가 마연의 걸음에 맞춰 아주 작게 방향을 바꾸었다.
유설하는 검을 뽑았다.
검신은 길게 울지 않았다.
짧게, 차갑게 열렸다.
푸른 검기가 바닥 가까이 내려갔다.
관중들은 검기가 마연을 향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유설하는 독을 자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먼지의 방향.
그녀는 그것을 냉기로 눌렀다.
마연의 소매가 멈췄다.
“검으로 독을 벤다라.”
유설하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당신이 독을 들고 오지 않았다면 못 베었겠지.”
마연은 웃었다.
“말이 점점 선우혁 공자처럼 되어 가십니다.”
유설하의 눈이 아주 조금 차가워졌다.
“그건 모욕인가?”
선우혁은 안전선 밖에서 조용히 상처받았다.
남궁린은 유설하의 검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다.
검수의 입장에서 저 검은 답답했다. 정면으로 찌르지도 않고, 상대의 맥을 끊지도 않는다. 바닥을 훑고, 공기를 누르고, 숨을 계산한다.
그런데 계속 보니 알 수 있었다.
저건 도망치는 검이 아니었다.
상대를 베기 전, 싸움이 지나가는 길을 베는 검이었다.
남궁린은 검자루를 고쳐 잡았다.
“기분 나쁜데 배울 게 있다.”
백하령이 옆에서 웃었다.
“그게 제일 비싼 말입니다.”
“무슨 뜻이지?”
“싫은데 배워야 하는 기술은 오래 남거든요. 나중에 돈이 됩니다.”
남궁린은 백하령을 노려보았다.
“너는 모든 것을 돈으로 보나?”
“아니요.”
백하령은 부채로 낙운대를 가리켰다.
“죽음은 손해로 봅니다.”
그 말에 남궁린의 시선이 다시 비무장으로 돌아갔다.
마연의 두 번째 소매가 열렸다.
이번에는 향이 났다.
꽃향기였다.
관중석 앞줄 여인 하나가 무심코 웃었다.
그리고 바로 코피를 흘렸다.
목 장로가 즉시 손을 들었다.
“관중석에 독이 닿았다!”
적화문 쪽에서 염도가 말했다.
“비무장 밖으로 공격한 것이 아닙니다. 향이 퍼진 것뿐이지요.”
“향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독이다.”
당소미가 소리쳤다.
마연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저는 관중을 겨눈 적이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악질이었다.
마연의 독은 상대를 직접 겨누지 않았다. 방향을 열고, 열기가 밀고, 숨이 데려가게 만든다.
칼로 찌른 사람이 아니라, 문을 열어 둔 사람.
법을 아는 독수.
선우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 사람 진짜 싫다.”
당소미는 소매에 묻은 약초 가루를 털었다.
“너랑 비슷해서?”
“저는 저렇게 손이 예쁘지 않습니다.”
“손목 내놔.”
“지금은 안 됩니다.”
그는 붓을 들었다.
비무장 밖에서 직접 술식을 던지면 실격이다.
하지만 관중 안전선을 조정하는 것은 주최 측 보조 업무다.
청허문은 지금 주최 측이다.
선우혁은 아주 작은 글자를 안전선 아래에 덧그렸다.
바람이 아니라 사람의 열기를 밀어내는 글자였다.
푸른 안전선이 낮게 빛났다.
관중석 앞줄의 열기가 뒤로 밀렸다.
사람들이 놀라며 한 발 물러났다.
백하령이 즉시 움직였다.
“앞줄 관람료는 환불하지 않습니다. 안전상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이 와중에 돈 얘기냐?”
남궁린이 기가 막혀 물었다.
백하령은 태연했다.
“사람은 죽을 때도 자기 돈부터 생각합니다. 그러니 살아 있을 때 정리해 줘야죠.”
그녀는 상단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관중 동선이 다시 갈라졌다.
마연의 향이 관중 열기를 타고 도는 길이 막혔다.
마연은 선우혁 쪽을 보았다.
그의 미소가 처음으로 사라졌다.
선우혁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손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낙운대 아래 검은 선이 더 선명해졌다.
문은 안전선의 변화에도 반응하고 있었다.
선우혁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
문은 독에도 반응하고, 숨에도 반응하고, 관중의 열기에도 반응한다.
이건 문이 아니다.
거대한 판정 장치다.
누가 무엇을 대가로 바쳤는지 기록하는 낡은 회로.
유설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향이 한 번 막히자, 그녀의 검이 앞으로 나갔다.
길게 찌르지 않았다.
짧게 세 번.
마연의 소매 끝, 발목 앞, 어깨 옆의 빈 공간.
셋 다 몸을 맞히지 않았다.
하지만 마연의 움직임이 묶였다.
소매가 열릴 방향이 사라지고, 발이 놓일 먼지가 얼고, 어깨가 향을 뿌릴 각도가 닫혔다.
마연은 뒤로 물러났다.
한 발.
관중들이 환호했다.
청허문 사람들도 숨을 들이켰다.
선우혁은 환호하지 않았다.
너무 쉬웠다.
마연은 독을 쓰는 사람이다.
독을 쓰는 사람은 밀릴 때도 뭔가를 남긴다.
유설하의 검끝이 마연의 소매를 갈랐다.
얇은 비단이 찢어졌다.
안쪽에서 종이 부적 세 장이 흩어졌다.
당소미가 외쳤다.
“피해!”
유설하는 이미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적은 터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바닥에 떨어져 조용히 타들어 갔다.
독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선우혁의 손목이 또 한 번 식었다.
타는 부적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연기는 위로 가지 않았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돌 틈으로 스며들어 낙운대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선우혁은 욕을 삼켰다.
“저 사람 목표가 설하 사저가 아닙니다.”
당소미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문고리.”
“또?”
“첫 판은 발. 두 번째 판은 숨과 독. 아마 세 번째는 피나 검일 겁니다.”
남궁린이 그 말을 들었다.
그녀의 손이 검자루를 세게 쥐었다.
“세 번째가 내 차례라는 뜻인가.”
선우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대답하면 남궁린은 화를 낼 것이다.
대답하지 않아도 화를 낼 것이다.
그러면 침묵이 싸다.
유설하도 검은 연기를 보았다.
일반 수련자라면 놓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선우혁의 이상한 수련과 안전선의 떨림을 며칠째 지켜본 사람이다.
그녀는 마연을 향해 물었다.
“나를 이길 생각이 없나?”
마연이 웃었다.
“비무에서 이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건 선우혁이 자주 하는 말이다.”
마연의 눈가가 굳었다.
“그분께 많이 물드셨군요.”
유설하는 대답 대신 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검집을 완전히 버렸다.
검집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낙운대 위에 맑게 울렸다.
선우혁은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건 화났다.
유설하는 평소에 화를 크게 내지 않는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얼굴을 붉히지도 않는다.
대신 필요 없는 것을 버린다.
방금 버린 것은 검집이었다.
그녀가 지금부터는 막지 않고 베겠다는 뜻이었다.
마연도 그것을 알아챘다.
그는 처음으로 뒤로 크게 물러났다.
그 순간 유설하가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푸른 선이 낮게 그어지고, 마연의 오른쪽 소매가 허공에서 잘려 나갔다.
비단 조각이 흩어졌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부적이 없었다.
대신 아주 작은 검은 가루가 있었다.
가루는 공중에서 멈췄다.
유설하의 냉기가 붙잡은 것이다.
당소미의 눈이 커졌다.
“흑면산?”
선우혁이 물었다.
“위험한 겁니까?”
“아주 조금만 먹어도 숨이 굳어.”
“좋네요.”
당소미가 그를 죽일 듯이 보았다.
“좋아?”
“잡았으니까요.”
흑면산은 보통 독이 아니다.
가루가 몸 안에 들어가면 폐부를 마르게 하고, 영기 순환을 느리게 만든다.
수련자에게는 독이면서 족쇄다.
하지만 공중에 붙잡힌 흑면산은 달랐다.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 증거가 된다.
유설하는 검끝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검은 가루가 푸른 냉기 속에서 실처럼 늘어났다.
그 실은 마연의 소매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바닥으로 이어져 있었다.
마연의 발밑.
그리고 낙운대 중앙의 검은 선.
유설하는 그것을 보았다.
“이 독은 내 숨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래로 가는 길이군.”
마연의 미소가 사라졌다.
선우혁은 작게 주먹을 쥐었다.
좋다.
너무 좋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좋을 때 보통 다음 장면이 나쁘다.
염도가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두드렸다.
탁.
탁.
탁.
세 번.
마연의 눈이 움직였다.
명령이 바뀌었다.
선우혁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사저, 깊게 들어가지 마세요!”
유설하는 이미 들어가고 있었다.
유설하의 검이 마연의 목 앞에서 멈췄다.
반 치.
그보다 조금 더 가까웠다면 피가 났다.
관중석이 얼어붙었다.
마연도 숨을 멈췄다.
유설하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기권해.”
마연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손목에서 팔찌 하나가 끊어졌다.
팔찌는 장신구가 아니었다.
작은 독항아리였다.
바닥에 떨어진 팔찌 알갱이들이 터지며 흰 안개가 솟았다.
유설하는 뒤로 물러났다.
빠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안개는 뒤로 물러나는 사람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 자리에 남았다.
마연의 발밑.
낙운대의 검은 선 위.
선우혁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미친.”
당소미가 물었다.
“왜?”
“저건 방어용 독이 아닙니다. 제물입니다.”
흰 안개가 검은 선으로 빨려 들어갔다.
낙운대 아래에서 낮은 소리가 났다.
덜컥.
첫 판의 소리보다 조금 컸다.
손가락 하나였던 틈이 손가락 둘만큼 벌어졌다.
유설하가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마연을 베지 않았다.
대신 검끝을 아래로 내렸다.
검기가 흰 안개를 따라 검은 선으로 파고들었다.
마연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위험합니다.”
유설하는 한 걸음 물러나며 길을 막았다.
“당신이 열었잖아.”
“열었다고 들어가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도 선우혁이 자주 하는 말이다.”
선우혁은 안전선 밖에서 억울했다.
나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하지 않는다.
아마 가끔은 한다.
유설하의 검기가 검은 선 안쪽에 닿았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본 것은 낙운대 아래가 아니었다.
차가운 복도.
피 묻은 원.
하늘이 아니라 천장에 새겨진 별자리.
그리고 누군가가 낯선 언어로 외치는 소리.
유설하는 이를 악물었다.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우혁의 손목에서 느껴지던 그 이상한 기척과 같다는 것은 알았다.
검은 선이 그녀의 검기를 잡아당겼다.
마연이 속삭였다.
“봤군요.”
유설하는 검을 비틀었다.
“그래.”
푸른빛이 터졌다.
푸른빛은 안개를 얼렸다.
흰 독안개가 공중에서 얇은 결정으로 굳었다.
관중들은 그것을 보고 환호했다.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당소미는 환호하지 않았다.
약사는 아름다운 독을 믿지 않는다.
선우혁도 환호하지 않았다.
마법사는 아름다운 회로를 더 믿지 않는다.
유설하는 검을 거두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입술이 조금 파랬다.
아주 조금.
하지만 당소미는 보았다.
“들어갔어.”
선우혁도 보았다.
독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깊게 들어간 것도 아니다.
문제는 독이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마연은 피를 흘리지 않았다.
유설하도 쓰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무의 저울은 이상한 곳으로 기울고 있었다.
목 장로가 외쳤다.
“비무를 중지할 수 있다. 양측 모두 이의가 있는가?”
염도가 말했다.
“적화문은 없습니다.”
마연도 웃었다.
“저도 없습니다.”
모든 시선이 유설하에게 향했다.
유설하는 선우혁을 보았다.
선우혁은 고개를 아주 작게 저었다.
그만두라는 뜻이었다.
유설하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계속한다.”
선우혁은 하늘을 보았다.
믿음은 가끔 정말 골치 아프다.
유설하는 숨을 골랐다.
하나.
둘.
셋.
짧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쉰다.
선우혁이 말한 박자를 지킨다.
마연은 그 박자를 들었다.
그는 다시 소매를 펼쳤다. 이제 남은 소매는 너덜너덜했다. 그 안에 숨길 부적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여유를 되찾고 있었다.
독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독은 한 번 들어가면 사람의 내부 시간을 훔친다.
유설하의 검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숨이 반 박자 늦어지면 검끝도 늦어진다.
마연은 그 반 박자를 기다렸다.
유설하가 움직였다.
검은 여전히 빨랐다.
하지만 선우혁은 보았다.
왼발이 아주 조금 무거워졌다.
마연도 보았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미끄러졌다.
유설하의 검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한 방울 튀었다.
관중들이 다시 환호했다.
마연은 웃었다.
그 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검은 선이 반응했다.
선우혁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았다.
“젠장.”
당소미는 약병을 흔들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엔 뭐야.”
“세 번째 제물까지 미리 섞었습니다.”
피.
독.
숨.
피 한 방울은 작았다.
작은데 충분했다.
마연이 흘린 피는 그냥 피가 아니었다. 흑면산과 부적재, 그리고 자기 영기를 아주 얇게 섞어 둔 피.
독수에게 몸은 마지막 독항아리다.
선우혁은 그 사실이 너무 싫었다.
자기 몸을 실험도구로 쓰는 사람은 대개 설득이 안 된다.
그런 사람은 말려도 한다.
그리고 죽을 때 남을 끌고 간다.
유설하가 그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더 이상 마연을 직접 베지 않았다.
검끝이 바닥을 향했다.
마연의 피가 닿은 돌을 긁어 올렸다.
불꽃이 튀었다.
푸른 불꽃.
피가 얼어붙기 전에 갈라졌다.
마연의 눈이 커졌다.
“그런 식으로도 막습니까?”
유설하가 숨을 내쉬었다.
“배웠다.”
“선우혁 공자에게?”
“아니.”
그녀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당소미에게.”
당소미가 멈칫했다.
“내가?”
선우혁은 상대의 빈틈을 먼저 훑었다.
“독은 제일 귀찮은 사람이 제일 잘 막는다고 했잖아요.”
“그 말 칭찬이야?”
“높은 확률로요.”
당소미는 욕을 참지 못했다.
유설하의 검은 점점 낮아졌다.
검수라면 보통 상대의 목, 가슴, 손목을 본다.
유설하는 바닥을 보았다.
마연이 남긴 길.
독가루가 지나간 길.
피 한 방울이 굴러가려 한 길.
그녀는 그 길을 하나씩 끊었다.
그러자 마연이 처음으로 초조해졌다.
그는 사람을 중독시키는 데 익숙했다.
사람을 베는 검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길을 베는 검은 익숙하지 않았다.
선우혁은 속으로 감탄했다.
설하 사저는 가끔 무섭다.
대개는 자주 무섭다.
유설하가 마연에게 가까워졌다.
마연은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많지 않았다.
안전선이 그의 등 뒤에 있었다.
첫 판의 권철처럼 선 밖으로 밀릴 수도 있었다.
관중들이 그것을 알아차렸다.
청허문 쪽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밀어!”
“끝내!”
조문기는 붕대를 감은 채 소리쳤다.
“발끝 조심해라!”
그 말이 가장 쓸모 있었다.
유설하는 발끝을 보았다.
마연은 웃었다.
그 웃음은 지나치게 늦었다.
마연의 발끝은 이미 안전선 밖에 닿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그의 진짜 발은 거기에 없었다.
선우혁은 눈을 크게 떴다.
“환영 보법.”
남궁린이 물었다.
“저게 환영이라고?”
“발끝만요.”
마연은 자신의 그림자를 독으로 흐리게 만들었다. 관중과 심판의 눈에는 발끝이 선에 닿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발은 반 치 안쪽.
권철의 패배를 보고 바로 반대로 준비한 것이다.
적화문도 배운다.
그 점이 제일 성가시다.
목 장로의 눈이 흔들렸다.
판정하기 어려운 순간.
마연은 그 흔들림을 기다렸다.
유설하의 시선이 잠깐 목 장로 쪽으로 움직였다.
반 박자.
독이 훔친 내부 시간.
마연의 손이 유설하의 팔목 가까이 들어왔다.
손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당소미가 소리쳤다.
“손 막아!”
유설하는 손을 막지 않았다.
그녀는 발을 밟았다.
마연의 진짜 발.
안전선 안쪽 반 치에 숨겨 둔 발등을 정확히 밟았다.
마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발등을 밟힌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를 한다.
소리를 지르거나, 균형을 잃는다.
마연은 둘 다 하지 않았다.
그는 웃었다.
유설하는 그 웃음을 보고 바로 검을 뒤로 뺐다.
하지만 늦었다.
마연의 발등에서 검은 가루가 터졌다.
발을 밟게 만든 함정.
유설하의 신발 끝이 검게 물들었다.
관중석에서 탄식이 터졌다.
남궁린이 앞으로 나서려 했다.
선우혁이 손을 들었다.
“아직.”
“보이지 않나? 당했다.”
“당했는데, 일부러일 수도 있습니다.”
남궁린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 말이 제일 싫다.”
“저도 싫습니다. 하지만 설하 사저는 싫은 말을 자주 현실로 만듭니다.”
비무장 위에서 유설하의 신발 끝이 푸르게 빛났다.
검은 가루가 얼어붙었다.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퍼지지 못했다.
마연의 눈이 흔들렸다.
유설하는 검집 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눌렀다.
“발에 숨겼군.”
그녀는 검을 거꾸로 잡았다.
“그러면 발을 못 쓰게 하면 된다.”
유설하의 검등이 마연의 무릎을 쳤다.
쾅.
칼날이 아니라 검등이었다.
피를 내지 않기 위한 선택.
하지만 아프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마연의 무릎이 꺾였다.
그가 한쪽 무릎을 바닥에 찍는 순간, 낙운대 아래가 다시 울렸다.
덜컥.
선우혁은 숨을 멈췄다.
무릎.
발.
피.
숨.
독.
도대체 이 문은 뭘 먹고 열리는가.
답은 곧 나왔다.
패배의 자세.
낙운대 아래의 오래된 회로는 비무의 승패, 굴복, 제물, 호흡을 한꺼번에 기록하고 있었다.
적화문은 비무를 하는 척 문을 열고 있었다.
청허문은 비무를 이기는 척 문을 막고 있었다.
양쪽 다 싸움의 이름을 빌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선우혁은 짧게 웃었다.
“선협세계도 정말 정직하지 않네요.”
당소미는 소매에 묻은 약초 가루를 털었다.
“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을 거야.”
마연이 무릎을 꿇은 채 웃었다.
그의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유설하는 그 피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검기로 얼렸다.
얼어붙은 피가 공중에 매달렸다.
작은 붉은 구슬.
그 안에 검은 가루가 섞여 있었다.
유설하는 그것을 보며 말했다.
“당신 피도 독이군.”
마연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독수에게는 칭찬입니다.”
“칭찬한 적 없다.”
“그래서 더 좋군요.”
유설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선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대화로 이길 수 없는 부류다.
유설하는 검끝으로 얼어붙은 피구슬을 밀었다.
피구슬은 안전선 바깥으로 날아가 당소미 앞에 떨어졌다.
당소미가 즉시 작은 병을 꺼내 받았다.
“증거 확보.”
백하령이 그 옆에서 말했다.
“증거는 보관료가 붙나요?”
“넌 조용히 해.”
“네.”
당소미가 바로 조용히 시키자 백하령은 순순히 물러났다.
돈보다 무서운 것은 약사의 분노다.
마연은 무릎을 세우려 했다.
유설하가 그의 목 앞에 검을 세웠다.
이번에는 반 치도 아니었다.
머리카락 한 올 거리.
“기권해.”
마연은 웃음을 거두었다.
마연이 입을 열었다.
“기권.”
목 장로가 즉시 손을 들었다.
“두 번째 판, 청허문 유설하 승.”
이번에는 관중석이 크게 터졌다.
첫 판보다 더 컸다.
첫 판은 이상했다.
두 번째 판은 눈으로 보였다.
유설하가 마연을 무릎 꿇렸고, 독을 얼렸고, 피를 증거로 빼냈다.
청허문 사람들은 환호했다.
남궁린도 환호하려다 참았다.
대신 짧게 말했다.
“잘했다.”
유설하는 마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들었다.”
남궁린은 얼굴을 붉혔다.
“너한테 한 말 아니다.”
“그럼 누구에게?”
“검에게.”
유설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얄미웠다.
선우혁은 웃으려 했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검은 선이 더 넓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판도 이겼다.
그런데 문도 더 열렸다.
염도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웃음보다 나쁜 표정이었다.
마연은 적화문 쪽으로 돌아갔다.
걷는 자세가 조금 무너져 있었다.
유설하의 검등이 무릎을 제대로 먹인 덕분이었다.
당소미는 유설하에게 달려왔다.
“입 열어.”
유설하는 검집 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눌렀다.
“괜찮다.”
“입 열어.”
두 번째 명령은 더 짧았다.
유설하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당소미가 약환 하나를 넣었다.
“씹지 말고 녹여. 숨 세 번에 한 번 삼켜.”
선우혁은 웃음을 삼키며 호흡을 고르게 맞췄다.
“제 방식이 퍼지는군요.”
당소미가 그를 보았다.
“너도 입 열어.”
“저는 왜요?”
“손목 때문에 열 받으니까.”
“인과관계가 이상합니다.”
“입.”
선우혁은 입을 열었다.
쓴 약이 들어왔다.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대마법사는 많은 고통을 견딜 수 있다.
쓴맛은 별개다.
유설하는 약을 녹이며 낮게 말했다.
“안쪽을 봤다.”
선우혁의 표정이 굳었다.
“얼마나요?”
“짧게. 하지만 네 세계와 닮았다.”
그 말에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유설하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관중이 너무 많았다.
적화문도 너무 가까웠다.
무연사의 눈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녀는 대신 손가락으로 낙운대 중앙을 가리켰다.
“저 안쪽에 별이 있었다.”
선우혁은 숨을 삼켰다.
“하늘에?”
“아니. 천장에.”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마왕성 지하 제단.
선우혁은 전생의 마지막 밤을 떠올렸다.
하늘 없는 방.
천장에 박힌 인공 별자리.
용사파티가 서 있던 원.
자신을 죽였던 회귀식.
그가 손목을 누르자 네 번째 별점이 미친 듯이 뛰었다.
당소미가 바로 그의 손을 잡았다.
“움직이지 마.”
“움직인 적 없습니다.”
“속이 움직이고 있잖아.”
그녀의 말은 이상했다.
하지만 정확했다.
선우혁의 안쪽에서 회로가 움직이고 있었다.
낙운대 아래의 문과 손목의 별점이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목 장로가 세 번째 비무 준비를 알렸다.
적화문 쪽에서 염도가 천천히 일어났다.
남궁린의 검이 낮게 울렸다.
염도는 직접 나오지 않았다.
그는 뒤에 서 있던 젊은 검수를 앞으로 보냈다.
붉은 검집.
검은 허리띠.
눈이 너무 조용한 사내.
백하령은 접선을 반쯤 접고 웃음을 숨겼다.
“적운입니다.”
남궁린의 손이 검자루에 닿았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걸었다.
선우혁은 붓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남궁 소저.”
남궁린이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말리지 마라.”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녀가 오히려 멈췄다.
“그럼?”
“피 흘리지 마세요.”
남궁린은 잠시 그를 보았다.
“검수에게 제일 어려운 말을 하는군.”
“그래서 미리 합니다.”
“피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선우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남궁린은 웃었다.
날카롭고 짧은 웃음이었다.
“좋다. 그럼 피 없이 베겠다.”
선우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말이 되나?
하지만 오늘 청허문 사람들은 말 안 되는 일을 자꾸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아마 저것도 할 것이다.
문제는 적화문도 그걸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북쪽 숲은 여전히 조용했다.
연비아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낙운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는 검은 나비 하나가 앉아 있었다.
나비의 날개에는 무연사의 문양이 아주 작게 박혀 있었다.
연비아가 속삭였다.
“둘째 문고리까지 움직였네.”
검은 나비가 날개를 떨었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너희가 원한 속도보다 빠를 텐데.”
나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날개에서 검은 먼지가 떨어졌다.
연비아는 손끝으로 그 먼지를 눌렀다.
먼지는 곧바로 타들어 갔다.
“아직은 안 돼.”
그녀의 시선이 선우혁에게 향했다.
붕대 감긴 손목.
이 세계의 영기와 다른 세계의 마나가 서로를 잘못 부르는 지점.
연비아는 낮게 말했다.
“저 애가 문이 아니라 자물쇠일 수도 있어.”
그 말은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낙운대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다만 선우혁만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북쪽 숲.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읽고 있다는 느낌은 남았다.
남궁린이 낙운대로 올라갔다.
청월검은 아직 검집 안에 있었다.
적운은 맞은편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남궁가의 검을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궁린은 눈빛으로 대련장의 거리를 재었다.
“네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검수들의 말은 짧을수록 피가 많이 난다.
선우혁은 그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목 장로가 세 번째 비무를 시작하려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낙운대 중앙의 검은 선에서 바람이 나왔다.
차갑고 오래된 바람.
마왕성의 냄새.
유설하가 바로 선우혁의 옆에 섰다.
“방금?”
“예.”
당소미가 약병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백하령은 관중을 뒤로 물렸다.
조문기는 붕대 감은 몸으로도 일어나려 했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남궁린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검집이 낮게 울렸다.
적운의 붉은 검집도 울렸다.
두 소리가 낙운대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선우혁은 깨달았다.
세 번째 문고리는 검명에 반응한다.
목 장로의 손이 내려가기 직전, 선우혁이 외쳤다.
“검을 뽑지 마세요!”
모두가 그를 보았다.
남궁린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은 차가웠다.
“비무에서 검을 뽑지 말라고?”
“예.”
“검수에게?”
“예.”
“이유는?”
선우혁은 낙운대 중앙을 보았다.
손가락 둘만큼 벌어진 검은 선.
그 안쪽에서 천장 없는 어둠이, 아니 천장에 별이 박힌 어둠이 숨 쉬고 있었다.
“저 문은 검이 우는 소리를 먹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적운은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붉은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남궁린의 손도 청월검에 닿아 있었다.
검수에게 검을 뽑지 말라는 것은 숨 쉬지 말라는 말과 같다.
선우혁은 이를 악물었다.
오늘 하루 종일 남에게 어려운 부탁만 하고 있었다.
남궁린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검에서 손을 뗐다.
“좋다.”
그녀는 빈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럼 검 없이 베겠다.”
낙운대 아래에서 세 번째 문고리가 웃는 듯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