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월드

웹소설 · 8클래스 마법사는 연기기 외문제자가 되었다

6화. 밀리는 쪽이 이긴다

첫 비무에서 조문기는 권철에게 계속 밀리는 듯 보이지만, 선우혁이 미리 설계한 낮은 턱과 안전선, 관중 동선이 권철의 힘을 비틀어 낸다. 청허문은 첫 판을 훔치지만, 낙운대 아래의 문도 아주 조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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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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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는 연기기 외문제자가 되었다 6화 대표 삽화
8클래스 마법사는 연기기 외문제자가 되었다 6화 1쪽 삽화

권철의 첫 발은 무거웠다.

낙운대가 낮게 울렸다. 돌 틈에 고인 먼지가 일어나고, 관중석 앞줄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조문기는 그 울림을 정면에서 맞았다.

몸이 뒤로 밀렸다.

정확히는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발꿈치가 낮은 턱 바로 앞에서 멈췄다. 턱은 새벽부터 외문제자들이 돌을 옮기며 맞춰 둔 것이었다. 겉으로 보면 그냥 무너진 돌조각. 밟아 보면 발목이 기억하는 표식.

권철이 웃었다.

“그 정도냐?”

조문기는 이를 악물었다.

대답하고 싶었다.

그 정도 맞다고.

하지만 선우혁이 비무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 떠올랐다.

맞을 때는 입보다 발이 먼저 살아야 합니다.

입은 원래 살아 있으니까요.

조문기는 목검을 아래로 내렸다. 공격 자세가 아니었다. 버티는 자세도 아니었다. 넘어지는 사람의 자세에 가까웠다.

관중들이 술렁였다.

권철의 웃음이 더 커졌다.

선우혁은 안전선 밖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사형이 드디어 패배를 자세로 만들었다.

권철은 두 번째 발을 내디뎠다.

이번에는 그냥 걷는 것이 아니었다. 발바닥에 영기가 모였다. 붉은 기운이 종아리까지 올라오고, 돌바닥의 금이 그 방향을 따라 떨렸다.

남궁린의 손이 청월검 손잡이에 닿았다.

“저건 보통 보법이 아니다.”

유설하도 낮게 말했다.

“땅을 눌러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는 술식.”

“술식이면 금지 아닌가?”

당소미가 물었다.

선우혁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세칙에는 보법 금지 조항이 없습니다.”

“짜증 나네.”

“저쪽도 법률을 압니다.”

“너랑 같은 병이야?”

“아마 더 심각합니다.”

권철의 발이 다시 바닥을 찍었다.

쿵.

조문기의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 목검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관중석에서 탄식이 나왔다.

그러나 선우혁은 보았다.

조문기의 왼발이 무너지는 방향을 고른 것을.

밀린 것이 아니라, 밀릴 곳을 골랐다.

조문기는 원래 이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화가 나면 앞으로 나갔다. 억울하면 더 앞으로 나갔다. 겁이 나도 일단 앞으로 나간 뒤에 후회했다.

선우혁은 그런 성격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성격은 고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쟁터에서 시간은 늘 비싸다.

그래서 방향만 틀었다.

앞으로 달려드는 대신, 앞으로 밀려나는 척하게 했다. 화를 참는 대신, 화난 얼굴 그대로 발을 숨기게 했다.

조문기는 권철의 세 번째 압박을 받으며 비틀거렸다.

권철이 낮게 웃었다.

“청허문은 도망치는 법을 비무라 부르나?”

조문기가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그는 목검을 들었다.

“우린 살아남는 법을 수련이라 부른다.”

선우혁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좋은 대사였다.

사형이 남궁린에게 나쁜 영향을 받았다.

아니, 좋은 영향인가?

판단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권철의 주먹이 날아왔다.

주먹이라기보다 돌덩이에 가까웠다. 붉은 영기가 팔뚝을 감고, 공기를 밀어내며 조문기의 어깨를 노렸다.

조문기는 막지 않았다.

막으면 부러진다.

그는 목검을 세워 주먹의 바깥쪽을 살짝 밀었다. 힘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더럽히는 움직임이었다.

권철의 팔이 빗나갔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주먹 끝이 조문기의 어깨를 스쳤다. 옷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당소미가 이를 갈았다.

“저건 치료비 나온다.”

선우혁은 상대의 빈틈을 먼저 훑었다.

“살아 있으면 할인해 주세요.”

“죽으면 두 배야.”

“왜요?”

“기분 나빠서.”

선우혁은 반박하지 않았다.

권철은 빗나간 주먹을 바로 회수했다. 보통 거구가 아니었다. 힘이 크고 회복도 빨랐다.

하지만 조금씩 성급해지고 있었다.

바로 그게 필요했다.

낙운대 아래의 붉은 쇠못은 권철의 발에 맞춰 반응했다.

첫 발에는 아주 작게.

둘째 발에는 조금 더.

셋째 발에는 안전선의 푸른 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릴 만큼.

선우혁은 손목을 눌렀다.

네 번째 별점이 뜨거웠다. 별점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거칠고, 염증이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똑똑했다.

문고리.

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장 정확했다.

낙운대 아래 어딘가에 문이 있고, 붉은 쇠못은 그 문을 두드리는 손가락이었다.

권철은 자신이 힘으로 조문기를 누른다고 믿고 있었다.

적화문은 권철의 발을 통해 낙운대 밑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청허문은 그 손가락의 위치를 훔치고 있었다.

선우혁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전생에도 이런 전장은 있었다.

보이는 싸움은 기사 둘의 결투.

보이지 않는 싸움은 마법사 둘의 회로전.

그때도 늘 더러운 쪽이 이겼다.

오늘은 내가 더러워야 한다.

염도는 팔짱을 낀 채 비무를 지켜보았다.

얼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엄지가 소매 안에서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우혁은 그 손을 보았다.

부적을 만지는 손.

아니, 명령을 확인하는 손.

백하령이 어느새 선우혁 곁에 다가왔다.

“당주 손이 바쁩니다.”

“봤습니까?”

“돈 냄새가 나는 손은 잘 보이거든요.”

“저건 돈보다 더 귀찮은 냄새입니다.”

백하령은 접선을 반쯤 폈다.

“관중석을 조금 뒤로 물리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비싸겠죠?”

“이미 청구서에 적었습니다.”

선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쌀수록 일은 빠르다.

백하령이 움직이자 관중석의 흐름이 바뀌었다. 앞줄의 상인들이 그늘막 쪽으로 빠지고, 뒤쪽의 호기심 많은 수사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낙운대 북쪽이 조금 열렸다.

유설하의 시야가 넓어졌다.

그녀의 검끝이 거의 보이지 않게 움직였다.

북쪽 숲에서 아주 작은 붉은 점이 사라졌다.

유설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다.

부적도 아니다.

어쩌면 시선.

그녀는 검집을 엄지로 밀었다. 청허문의 규칙상 비무 중 검을 뽑으면 개입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검을 뽑지 않았다.

대신 검집째로 방향을 잡았다.

남궁린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

“보았나?”

“응.”

“적화문?”

“아니.”

남궁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더 나쁘군.”

유설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선우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안전선 밖에서 붓을 쥐고, 손목을 누르고,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하고 있는 남자.

그가 전생을 말할 때마다 거짓말 같았다.

그런데 저 북쪽의 기척은 그의 거짓말을 사실처럼 만들었다.

유설하는 검집을 조금 더 기울였다.

기다리는 자를 겨누는 일은 어렵다.

그래도 겨눠 두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

조문기는 네 번째로 밀렸다.

이번에는 크게 넘어졌다. 등으로 바닥을 구르며 먼지를 뒤집어썼다.

청허문 외문제자들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

권철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발을 들고 조문기의 목검을 밟으려 했다. 무기를 부수면 경기는 거의 끝난다.

그 순간 조문기가 목검을 놓았다.

관중들이 놀랐다.

권철의 발은 빈 돌바닥을 찍었다.

쿵.

목검은 이미 조문기의 손에서 굴러 나와 낮은 턱 아래에 걸려 있었다.

조문기는 빈손으로 몸을 굴렸다. 꼴사나운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목숨은 종종 꼴사나운 쪽에 붙는다.

선우혁은 상대의 빈틈을 먼저 훑었다.

“잘했습니다.”

당소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게 잘한 거야?”

“네. 안 부러졌잖습니까.”

“기준 낮다.”

“청허문 형편에 맞춘 기준입니다.”

당소미는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권철은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쥐새끼처럼 굴러다니는군.”

조문기는 숨을 헐떡이며 일어났다.

“쥐는 살아남지.”

“비무는 살아남는 자랑 하는 게 아니다.”

“그건 네 문파 사정이고.”

조문기는 바닥의 목검을 발끝으로 끌어왔다. 손에 쥐는 동작이 어설펐다. 팔이 떨렸다.

하지만 눈은 죽지 않았다.

선우혁은 그 눈을 보고 속으로 계산을 바꿨다.

사형이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좋은 일이다.

동시에 나쁜 일이다.

오래 버티면 권철이 더 세게 나온다. 더 세게 나오면 낙운대 아래 명령도 더 크게 반응한다.

문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된다.

사형의 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략이란 늘 누군가의 뼈와 장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선우혁은 당소미 쪽을 보았다.

당소미는 이미 침통을 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비싸.

선우혁은 고개를 숙였다.

권철은 자세를 낮췄다.

그의 등 뒤로 붉은 영기가 넓게 퍼졌다. 겉으로는 근력 강화처럼 보였다. 사실은 바닥을 누르는 술식이었다.

목 장로가 종을 쥔 손을 떨었다.

“저 정도면 비무가 아니라 살수 아니냐?”

염도가 바로 말했다.

“권철은 손을 멈추고 있습니다. 죽일 뜻이 있었다면 벌써 끝났지요.”

관중 일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쪽의 해석은 늘 설득력이 있다.

선우혁은 그 장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관중이 필요했다.

강한 쪽의 해석을 흔들려면, 약한 쪽은 사실보다 장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권철이 달렸다.

돌바닥이 연달아 울렸다.

쿵, 쿵, 쿵.

낙운대 아래의 붉은 쇠못 셋이 차례로 반응했다.

선우혁의 손목에서 푸른 점이 번쩍였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찾았다.

하나가 아니었다.

문고리는 셋이었다.

조문기는 정면에서 권철을 맞았다.

정확히는 정면처럼 보이는 옆면이었다.

그는 선우혁이 표시해 둔 낮은 흠집을 밟고 몸을 틀었다. 권철의 어깨가 그의 가슴을 스쳤다. 공기가 빠져나갔다.

조문기는 숨을 못 쉬었다.

그래도 손은 움직였다.

목검 끝이 권철의 허리띠 아래를 톡 쳤다.

공격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타격이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권철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맞았지?”

조문기는 목검을 어색하게 고쳐 쥐었다.

“점수 줘라.”

목 장로는 본능적으로 염도를 보았다.

염도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 정도 접촉을 점수로 치지는 않습니다.”

선우혁이 바로 끼어들었다.

“동의합니다.”

모두가 그를 보았다.

선우혁은 맑게 웃었다.

“다만 관중은 기억하겠죠. 청허문 외문제자가 적화문 권철에게 한 번 닿았다는 것을.”

염도의 눈매가 굳었다.

점수는 아니지만 장면이 됐다.

장면은 때때로 점수보다 오래 남는다.

백하령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녀는 접선을 펴며 주변 상인들에게 작게 말했다.

“권철이 맞았습니다.”

상인들은 말을 잘 옮긴다.

정확히 말하면, 돈이 될 말만 잘 옮긴다.

“청허문 외문제자가 닿았답니다.”

“권철 허리 쪽을 쳤다는데?”

“적화문이 생각보다 급하군.”

말은 관중석을 돌아 낙운대 위로 다시 올라왔다.

권철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조문기는 그 호흡을 보았다.

선우혁이 어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 말.

발을 봐라.

숨을 봐라.

화를 보면 도망쳐라.

화를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조문기는 자신이 도망치는 쪽에 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

기분이 아주 나빴다.

그리고 조금 도움이 됐다.

권철의 다음 공격은 너무 빨랐다.

조문기는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어깨를 맞고 옆으로 날아갔다. 몸이 바닥을 두 번 튕겼다.

청허문 쪽에서 비명이 나왔다.

당소미가 한 걸음 나섰다.

선우혁이 손을 들어 막았다.

“아직입니다.”

“저게 아직으로 보여?”

“일어나면 아직입니다.”

“못 일어나면?”

“그때는 제가 맞겠습니다.”

당소미의 눈이 차가워졌다.

“그 말 기억해.”

선우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문기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먼지 속에서 목검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일어났다.

천천히.

비틀거리며.

꼴사납게.

하지만 일어났다.

관중석의 소리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조롱이었다.

이제는 의문이었다.

왜 아직 서 있지?

약한 사람이 오래 서 있으면, 강한 사람의 승리가 조금씩 이상해진다.

권철도 그것을 느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조문기를 보았다.

“왜 쓰러지지 않지?”

조문기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

“나도 궁금해.”

그 말은 진심이었다.

어제의 조문기였다면 이미 기절했을 것이다. 오늘도 몸은 비슷하게 약했다. 차이가 있다면 맞는 방향을 골랐다는 점뿐이었다.

선우혁이 말했었다.

맞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맞아야 한다면, 맞은 뒤 살아 있는 위치를 고르세요.

조문기는 오늘 처음으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상대가 강하면, 상대가 자신을 옮겨 준다.

그 이동이 죽음으로 가면 끝.

자기가 고른 턱과 금으로 가면 기회.

조문기는 바닥의 금을 밟았다.

발바닥 아래에서 아주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무심코 선우혁을 보았다.

선우혁은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그곳이다.

8클래스 마법사는 연기기 외문제자가 되었다 6화 15쪽 삽화

낙운대 아래 세 번째 쇠못이 반응했다.

선우혁은 손목이 찢어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푸른 빛이 붕대 사이로 새어 나왔다.

당소미가 바로 알아챘다.

“너, 지금 쓰고 있지?”

“아직 안 씁니다.”

“거짓말.”

“정확히는 쓰이려고 하는 걸 버티는 중입니다.”

“더 싫은데?”

선우혁은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낙운대 아래에서 무언가가 손목을 잡아당겼다. 전생의 마법 회로와 이 세계의 영기 회로가 맞물리며,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채 같은 문을 두드렸다.

그 문 너머에서 냄새가 났다.

마나.

아주 오래된, 썩은 마나.

선우혁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건 적화문만의 장난이 아니다.

누군가 훨씬 오래전부터 이 무대를 준비했다.

권철은 그 사실을 모른다.

염도는 일부만 안다.

연비아는?

선우혁은 북쪽 숲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지금 보는 순간, 질 것 같았다.

북쪽 숲의 그림자 속에서 연비아는 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붉게 탄 종이학이 있었다. 날개 끝은 이미 재가 되었지만, 중심부는 아직 희미하게 빛났다.

“생각보다 빠르네.”

그녀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숲은 대답하는 것처럼 흔들렸다.

연비아의 눈동자가 잠시 붉은빛을 띠었다.

“문은 열리면 곤란해. 아직은.”

그녀는 종이학을 접었다.

종이는 이미 탔는데, 접히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저 아이가 손잡이를 못 찾으면 더 곤란하지.”

낙운대 위에서 조문기가 다시 밀렸다.

연비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선우혁.

아니, 카일.

아직 어느 이름으로 부를지 정하지 못했다.

이 세계에서 이름은 힘이 된다.

이름을 잘못 부르면, 너무 일찍 깨운다.

그녀는 종이학을 손끝에서 날렸다.

종이학은 날지 않았다.

재가 되어 사라졌다.

대신 낙운대 북쪽 금 하나가 아주 작게 어두워졌다.

유설하는 그 변화를 보았다.

북쪽 금이 어두워진 순간, 낙운대 중앙의 붉은 반응이 미세하게 늦어졌다.

누군가 개입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청허문에게 불리한 개입은 아니었다.

유설하는 선우혁을 보았다.

그도 느낀 듯했다. 손목을 누른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남궁린은 눈빛으로 대련장의 거리를 재었다.

“저쪽인가?”

“응.”

“베어도 되나?”

“아직.”

“너도 그 말을 하는군.”

유설하는 입술을 다물었다.

아직.

선우혁이 자주 쓰는 말이었다.

그 말은 비겁한 지연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가장 날카로운 검집이었다.

지금 검을 뽑으면 적화문은 청허문의 외부 개입을 주장할 것이다.

지금 검을 넣어 두면, 북쪽 그림자는 더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면 보인다.

보이면 벨 수 있다.

유설하는 검집을 더 단단히 잡았다.

권철은 드디어 참지 못했다.

그는 양발을 크게 벌리고 낙운대 중앙을 찍었다. 붉은 영기가 원형으로 퍼졌다. 돌 틈의 먼지가 한꺼번에 솟구쳤다.

조문기는 숨을 삼켰다.

피할 수 없는 공격.

정면에서 맞으면 끝.

옆으로 빠지면 권철의 팔에 걸린다.

뒤로 물러나면 낙운대 밖이다.

선우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드디어 왔다.

권철의 필살은 강했다.

그래서 넓었다.

넓은 힘은 방향을 잃기 쉽다.

조문기는 선우혁이 마지막까지 숨겨 둔 표식을 밟았다. 낮은 턱도 아니고, 금도 아니고, 아침에 물을 뿌려 조금 더 진해진 돌의 색 차이.

그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옆으로도 피하지 않았다.

앞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권철의 눈이 커졌다.

약한 놈이 왜 들어오지?

그 질문 하나가 권철의 발을 아주 조금 늦췄다.

조문기는 권철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목검을 버렸다.

이번에는 실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빈손으로 권철의 허리띠를 잡았다. 힘으로 끌 수는 없었다. 권철은 바위 같았다.

그래서 잡아당기지 않았다.

매달렸다.

관중석이 폭발했다.

“저게 뭐야?”

“비무 맞아?”

“붙잡았다!”

권철은 분노했다.

“떨어져라!”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조문기를 떼어 내기 위해 발을 크게 뻗었다.

바로 그 발이 선우혁이 기다리던 방향이었다.

낙운대 중앙에서 밖으로 향하는 사선.

낮은 턱과 안전선이 만나는 자리.

조문기는 매달린 채 웃었다.

“사제.”

그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너 진짜 성격 나쁘다.”

선우혁은 멀리서 대답하지 않았다.

인정하면 불리하다.

권철의 발이 턱에 걸렸다.

아주 작은 턱이었다.

평범한 걸음이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노한 거구가 영기를 실은 채 몸을 틀 때는 달랐다.

발목이 아주 조금 꺾였다.

중심이 아주 조금 무너졌다.

조문기가 매달린 무게는 아주 조금 더했다.

세 개의 아주 조금이 모이면, 가끔 큰일이 된다.

권철의 몸이 안전선 쪽으로 기울었다.

관중들이 숨을 멈췄다.

염도가 처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권철!”

그 외침이 오히려 늦었다.

권철은 본능적으로 버티기 위해 발을 더 크게 내디뎠다.

그 발끝이 푸른 안전선을 넘었다.

선이 번쩍였다.

목 장로의 손에 들린 종이 스스로 울린 것처럼 흔들렸다.

땡.

소리가 낙운대 위에 퍼졌다.

조문기와 권철이 동시에 멈췄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권철의 발끝은 안전선 밖에 있었다.

조문기는 그의 허리띠에 매달린 채 반쯤 주저앉아 있었다.

보기 좋은 승리는 아니었다.

위엄 있는 승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규칙은 가끔 위엄보다 못생긴 것을 더 잘 기억한다.

선우혁이 손을 들었다.

“비무대 이탈.”

염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 선은 관중 안전선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선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명확합니다. 관중 안전선을 넘었다는 건, 비무대 밖으로 나갔다는 뜻이니까요.”

“억지다.”

“그럼 비무대 경계선을 어디로 보시는지 지금 정하시겠습니까?”

염도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정하면 더 불리하다.

낙운대는 무너진 곳이 많고, 바깥 경계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관중 안전선은 양측이 검수 전에 확인했다.

그리고 관중이 보았다.

백하령이 아주 조용히 접선을 폈다.

증인이 너무 많았다.

목 장로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종을 보았다.

종은 아직 그의 손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가 선우혁을 보았다.

선우혁은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입니다.

목 장로는 침을 삼켰다.

평생 그는 강한 문파 앞에서 말을 아꼈다. 약한 문파의 장로가 오래 살려면 침묵이 필요했다.

하지만 침묵은 종문을 오래 살리지는 못한다.

목 장로가 종을 높이 들었다.

“첫 비무.”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숨을 고르고 다음 반응을 기다렸다.

“첫 비무, 적화문 권철의 비무대 이탈.”

관중석이 술렁였다.

염도의 시선이 목 장로를 찔렀다.

목 장로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청허문 조문기의 승으로 판정한다.”

이번에는 소리가 터졌다.

탄성.

웃음.

불만.

그리고 박수.

조문기는 아직 권철의 허리띠를 잡고 있었다.

그는 멍한 얼굴로 물었다.

“나 이겼냐?”

선우혁은 망가진 단전 쪽 통증을 짧게 눌렀다.

“예. 아주 볼품없이요.”

조문기는 그 말에 웃었다.

웃다가 피를 토했다.

당소미가 바로 뛰어들었다.

“비켜!”

권철은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이미 판정이 난 뒤였다. 더 움직이면 진짜 추태가 된다.

당소미는 조문기의 팔을 잡고 맥을 짚었다.

“갈비뼈 금 갔고, 어깨 빠질 뻔했고, 자존심은 원래 없었으니까 괜찮네.”

조문기는 목검을 어색하게 고쳐 쥐었다.

“마지막은 치료 안 해도 돼.”

“못 고쳐.”

선우혁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비무 중 개입은 끝났지만, 아직 적화문이 꼬투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안전선 밖에 머물며 조문기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형이 살렸습니다.”

조문기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다음부터는 네가 해.”

“저는 몸이 약해서요.”

“입은 강하잖아.”

“입으로 권철을 밀어낼 수 있었다면 제가 나갔습니다.”

조문기는 웃다가 다시 기침했다.

당소미가 선우혁을 노려보았다.

“웃기지 마. 환자 터진다.”

염도는 권철을 불러들였다.

권철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아직 납득하지 못했다. 힘으로는 압도했다. 타격도 넣었다. 상대는 피투성이였다.

그런데 졌다.

강한 자에게 가장 모욕적인 패배는 다친 패배가 아니다.

이해되지 않는 패배다.

염도는 낮게 말했다.

“그만.”

권철이 이를 갈았다.

“당주님, 저건 비무가 아닙니다.”

“그래서 졌다.”

권철의 눈이 커졌다.

염도는 선우혁을 보았다.

“저놈은 비무를 한 게 아니다. 판을 팔았다.”

선우혁은 예의 바르게 웃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아니다.”

“그렇군요.”

염도의 손이 소매 안에서 멈췄다.

선우혁은 그 멈춤을 보았다.

첫 판은 가져왔다.

하지만 적화문의 목적은 첫 판이 아니다.

낙운대 아래, 세 쇠못의 반응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었다.

남궁린이 다가왔다.

“다음은 내가 나간다.”

유설하도 말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수전이면 내가 맞다.”

“적운이 나오는지는 모른다.”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날카로운 공기가 생겼다.

선우혁은 손목을 누르며 끼어들었다.

“두 분 다 잠시만요.”

남궁린이 그를 보았다.

“첫 판을 이겼다. 기세를 이어야 한다.”

“맞습니다.”

유설하는 한 걸음 물러나며 길을 막았다.

“너는 또 맞다고만 할 생각인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틀렸다고도 할 겁니다.”

두 검수의 시선이 동시에 차가워졌다.

선우혁은 땀을 흘렸다.

말을 잘못 고른 것 같았다.

그는 빠르게 덧붙였다.

“기세를 이어야 하지만, 저쪽이 원하는 순서로 이어 주면 안 됩니다.”

남궁린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유설하도 북쪽 숲을 힐끗 보았다.

선우혁은 웃음을 삼키며 호흡을 고르게 맞췄다.

“두 번째 판은 검보다 문을 먼저 봐야 합니다.”

당소미는 조문기를 끌고 의료 자리로 갔다.

정확히는 끌었다기보다 거의 질질 끌었다. 조문기는 항의할 힘도 없었다.

“나 이겼는데 대우가 이래?”

“이긴 환자는 비싸.”

“왜?”

“살아 있어서 계속 치료해야 하니까.”

조문기는 잠시 생각했다.

“논리가 너무 무섭다.”

당소미는 붕대를 감으며 선우혁을 향해 소리쳤다.

“너도 끝나면 와.”

“저는 다친 곳이 없습니다.”

“손목.”

선우혁은 반사적으로 손목을 숨겼다.

그 동작이 너무 늦었다.

당소미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끝나면 와.”

“예.”

명령은 짧을수록 강하다.

선우혁은 다시 낙운대 아래를 느꼈다.

푸른 안전선은 아직 떨리고 있었다. 전투는 끝났지만, 회로전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첫 판의 판정이 난 순간부터 더 위험해졌다.

적화문도 이제 숨길 이유가 줄어든다.

백하령은 관중석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첫 판의 이야기는 오늘 저녁 전까지 산 아래 객잔 세 곳에 퍼질 겁니다.”

선우혁은 붓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너무 빠른데요.”

“느린 소문은 소문이 아니라 보고서죠.”

“보고서는 제가 싫어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보고서에 거짓말을 많이 쓸 얼굴이에요.”

선우혁은 반박하려다 멈췄다.

정확해서 기분 나빴다.

백하령은 접선을 접었다.

“다만 한 가지.”

“말씀하세요.”

“관중이 많을수록 숨은 손도 많아집니다. 방금 북쪽 말고도 서쪽 그늘막 아래, 이상한 사람이 하나 있었어요.”

선우혁의 표정이 굳었다.

“적화문?”

“아니요.”

백하령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무연사 쪽 문양을 단 비단 신발이었습니다.”

선우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연비아.

아니면 그녀의 뒤.

판이 넓어지고 있었다.

넓은 판은 돈이 된다.

그리고 사람도 많이 죽는다.

두 번째 비무를 앞두고 적화문 쪽에서 마연이 나섰다.

그는 독침집을 빼앗겼는데도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소매는 깨끗했고, 손가락은 가늘었다.

당소미가 의료 자리에서 이를 갈았다.

“저 자식, 아직 숨긴 거 있어.”

선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그걸 당연하게 말하지 마.”

“독 쓰는 사람이 독침 하나만 들고 오면 직업 윤리 위반이죠.”

“직업 윤리라는 말 그렇게 쓰지 마.”

마연은 낙운대 가장자리에서 청허문 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판은 누가 나오시려나?”

남궁린이 한 걸음 나서려 했다.

그보다 먼저 유설하가 움직였다.

“내가 간다.”

남궁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독과 부적을 상대하는 데 검이 필요하다.”

유설하는 눈썹 하나만 움직인 채 상대를 재었다.

“그래서 내가 간다.”

두 사람 사이에 말보다 빠른 불꽃이 튀었다.

선우혁은 하늘을 보았다.

비무보다 우리 편 설득이 더 어렵다.

그 순간 낙운대 아래에서 소리가 났다.

아주 작은 소리였다.

딱.

돌 틈 어디선가 오래된 자물쇠가 혀를 움직이는 소리.

선우혁의 손목이 차갑게 식었다.

뜨거운 통증보다 더 나쁜 감각이었다.

그는 안전선 안쪽을 보았다.

권철이 밟았던 중앙.

조문기가 버텼던 낮은 턱.

푸른 빛에 걸렸던 붉은 쇠못.

그 셋이 보이지 않는 삼각형을 만들고 있었다. 삼각형의 중심에서 아주 얇은 검은 선이 떠올랐다.

일반 관중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적화문 일부에게만 보인다.

그리고 선우혁에게도 보인다.

염도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작게.

첫 판을 잃었는데 웃었다.

선우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권철의 패배도 저들의 계산 안에 있었다.

완전한 계획은 아니었겠지만, 허용 가능한 손실.

문이 열리기만 한다면.

8클래스 마법사는 연기기 외문제자가 되었다 6화 30쪽 삽화

검은 선은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벌어졌다.

낙운대 아래의 문.

선우혁은 그것을 문이라고 확신했다. 실제 나무문도 철문도 아니었다. 오래된 회로가 겹쳐 만든 틈. 영기와 마나가 서로의 이름을 잘못 부르며 만들어 낸 흉터.

그 틈에서 차가운 냄새가 올라왔다.

전생의 마지막 밤.

마왕성.

용사파티의 배신.

그리고 자신을 죽였던 회귀식의 잔향.

선우혁은 숨을 멈췄다.

유설하가 바로 알아챘다.

“왜 그래?”

선우혁은 웃으려 했다.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첫 판은 이겼습니다.”

“그런데?”

그는 낙운대 중앙의 검은 선을 보았다.

마연이 웃으며 비무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염도는 기다리고 있었다.

북쪽 숲은 조용했다.

선우혁은 붓을 다시 쥐었다.

“문제는 저쪽도 첫 문을 열었습니다.”